구리는 사상 최고치 부근인데, 원자재는 미국 주식에 비해 50년 넘게 본 적 없는 수준으로 싸다? 처음 보면 서로 모순되는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최근 공유된 기사도 바로 이 지점을 건드립니다. 제프리스(Jefferies)의 금속·광업 리서치 책임자 Christopher LaFemina가 원자재와 미국 주식의 상대가격이 50년 넘는 기간의 저점 부근이라고 봤고, 월가에서도 ‘하드에셋’의 부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주장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기사가 실제로 있었는지, 원자재 가격 자체가 정말 낮은지, 구리가 비싼데도 왜 이런 상대저평가 이야기가 가능한지를 같은 데이터 위에서 비교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현재 미국·이란 전쟁이 원자재 시장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애리조나의 대규모 노천 구리 광산 전경
미국 애리조나 Safford 구리 광산. 구리 시장에서는 ‘현재 정련구리 재고’와 ‘앞으로 필요한 신규 광산 공급’을 나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 Thomas J. Porter, U.S. Geological Survey, Public Domain — USGS.

1. 먼저 기사부터 확인했습니다: 실제 보도는 있었습니다

 8월 30~31일 ZeroHedge와 중국의 智通财经 계열 보도, Sina Finance, TFTC 등에 비슷한 내용이 실제로 올라왔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LaFemina가 고객에게 보여준 지표는 S&P GSCI를 S&P 500으로 나눈 비율이었고, 이 비율이 50년 넘는 기간의 저점 부근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확인한 중국어 기사 제목도 “대종상품이 미국 주식에 비해 이렇게 저렴했던 적이 없다”는 취지의 내용과 일치합니다. (Sina Finance, 2026-08-31)


2. 직접 계산해보니: ‘역사적 바닥권’은 맞지만, 원자재 가격 자체가 싼 것은 아닙니다

 공개 월별 시세인 S&P GSCI와 S&P 500을 공통으로 확인 가능한 1985년 1월부터 2026년 8월까지 약 500개월 맞춰 계산했습니다. 2026년 8월의 GSCI/S&P500 비율은 약 0.0927이었고, 이 구간 전체에서 하위 약 3.4%에 해당했습니다. 방향만 보면 “원자재가 미국 주식에 비해 역사적으로 매우 낮다”는 주장은 실제 데이터와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계산한 공개 시계열의 최저는 지금이 아니라 2025년 12월의 약 0.0801이었습니다. 더구나 2025년 말부터 2026년 8월까지 S&P GSCI는 약 30.3% 오른 반면 S&P500은 약 12.7% 올라, 상대비율 자체도 약 15.6% 회복됐습니다. 즉 2026년에는 이미 원자재의 상대적 반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확인한 데이터실제 결과의미
GSCI/S&P500, 2026년 8월약 0.09271985년 이후 약 500개월 중 하위 3.4% 수준
같은 공개 데이터의 최저2025년 12월 약 0.0801현재가 정확한 최저점은 아님
S&P GSCI, 2026년2025년 말 대비 약 +30.3%올해 원자재 자체는 강하게 상승
S&P500, 2026년2025년 말 대비 약 +12.7%원자재가 올해 상대적으로 더 강함

 더 흥미로운 것은 절대가격입니다. 같은 GSCI의 2026년 8월 수준은 1985년 이후 월별 시계열에서 약 97.8% 지점, 즉 오히려 매우 높은 구간입니다. IMF의 광범위 원자재 가격지수를 FRED에서 따로 확인해도 2026년 7월 수준은 1992년 이후 월별 관측의 약 96% 지점이었습니다. 따라서 “원자재가 50년 만에 가장 싸다”는 제목을 “원자재 가격 자체가 50년 만에 가장 낮다”로 이해하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정확한 표현은 이렇습니다. 원자재의 절대가격은 높은 편이지만, 미국 주식이 장기간 훨씬 더 빠르게 올라 원자재/주식 상대비율은 역사적 바닥권에 남아 있습니다. 이 비율은 PER처럼 원자재의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밸류에이션 지표도 아닙니다. 낮은 비율 하나만으로 앞으로 원자재가 반드시 평균으로 회귀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지수 구성도 중요합니다. S&P Dow Jones Indices에 따르면 2026년 1월 목표 비중에서 S&P GSCI의 에너지 비중은 51.8%입니다. 세계 생산량을 기준으로 가중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구리처럼 한 품목의 공급부족이 심해져도 원유·가스·농산물 등이 다르게 움직이면 ‘원자재 전체’ 지수와 구리 가격은 얼마든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S&P Dow Jones Indices)

3. 그렇다면 구리는 왜 이렇게 비쌀까?

 구리는 실제로 싸지 않습니다. IMF 구리 가격을 FRED에서 확인하면 2026년 1~7월 평균은 톤당 약 1만3,138달러로, 2025년 평균 약 9,947달러보다 약 32% 높고 2020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8월에는 LME 3개월물 가격이 1만4천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올라갔습니다. (FRED / IMF Copper Price)

 그런데 여기에서도 ‘구리가 부족하다’는 말을 하나로 묶으면 혼란이 생깁니다. 공급망을 광산 → 정광(concentrate) → 제련 → 정련구리(cathode) → 지역별 재고로 나눠야 합니다.

구리의 어느 단계인가2026년 상황해석
광산·정광원료 확보 경쟁이 강함장기 신규 광산 부족과 기존 광산 차질이 실제 문제
제련연간 TC/RC 0달러/톤, 현물은 음수제련소가 원료 정광을 확보하기 어려운 비정상적 상황
정련구리 전체ICSG는 2026년 약 9.6만 톤 잉여 전망스크랩 증가와 예상보다 약한 사용량 때문에 단기 총량은 남을 수 있음
지역별 즉시 인도 재고미국으로 재고가 이동하며 미국 밖은 타이트글로벌 잉여와 특정 거래소·지역의 부족이 동시에 가능
2035년 광산 공급IEA는 약 25% 공급갭 가능성장기 프로젝트가 충분히 늘지 않으면 구조적 부족 위험

 IEA는 올해 초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제련 수수료인 TC/RC가 연간 기준 0달러/톤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합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제련능력은 크게 늘었는데 그 제련소들이 처리할 정광 공급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ICSG는 4월 전망에서 2026년 정련구리 전체 시장을 약 9만6천 톤 잉여로 예상했습니다. 지난해 10월의 15만 톤 적자 전망에서 오히려 뒤집힌 것입니다. 이유는 예상보다 낮아진 구리 사용량과 재활용을 통한 2차 정련 생산 증가였습니다. (IEA · ICSG)

 여기에 올해는 재고의 위치까지 꼬였습니다. Reuters는 미국이 2027년 정련구리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 때문에 구리가 미국 COMEX 창고로 대거 이동했고, 그 결과 세계 전체로는 구리가 남더라도 미국 밖에서 즉시 인도할 수 있는 물량이 부족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글로벌 총량은 잉여인데 런던에서는 부족해서 가격이 급등한다”는 상황도 가능합니다. 이것이 최근 구리 가격을 장기 공급부족 한 문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Reuters, 2026-08-25)

4. “반도체 때문에 구리가 부족하다”는 말도 조금 수정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AI와 반도체가 구리 수요를 늘린다는 방향은 맞습니다. 다만 반도체 칩 자체가 엄청난 양의 구리를 소비해서 공급부족이 생긴다고 이해하면 핵심을 놓칩니다. 더 큰 연결고리는 AI 서버를 돌리기 위한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입니다.

 S&P Global은 세계 구리 수요가 2025년 약 2,800만 톤에서 2040년 4,200만 톤으로 약 50%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관련 수요도 약 110만 톤에서 250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데이터센터 안의 배선과 전력장치뿐 아니라 발전설비, 변전소, 변압기, 송배전선까지 같이 늘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S&P Global은 데이터센터와 연결된 발전·송배전 인프라에서만 2040년 연간 약 100만 톤의 구리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S&P Global, Copper in the Age of AI

 그렇다고 AI가 구리 수요의 전부도 아닙니다. 기존 건설·산업 수요와 전기차, 재생에너지, 전력망 확장 같은 에너지 전환 수요가 여전히 더 큰 축입니다. 그래서 ‘반도체 부족 → 구리 부족’보다는 ‘AI 컴퓨팅 확대 → 전력 사용 증가 → 발전·송배전 인프라 확대 → 구리 수요 증가’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5.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현재 미국·이란 전쟁은 무엇이 다를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당시 원자재 시장을 직접 흔들었습니다. 러시아는 에너지와 비료 원료의 핵심 공급국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곡물·유지류의 주요 수출국이었습니다. World Bank는 당시 충격을 1970년대 이후 가장 큰 원자재 충격 가운데 하나로 평가했습니다. 원유·가스 가격뿐 아니라 천연가스를 원료로 쓰는 비료와 식량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뛰었습니다. World Bank, 2022

 현재 미국·이란 전쟁의 중심은 조금 다릅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2026년 2월 28일 Operation Epic Fury를 시작했다고 공식 발표했고, 현재도 이란을 상대로 주요 전투 작전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핵심 위험은 이란 한 나라의 원자재 생산량보다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세계 에너지·원료 물류의 병목입니다. (U.S. CENTCOM)

 EIA 자료를 보면 호르무즈를 통과한 석유는 2025년 4분기 하루 평균 2,160만 배럴에서 2026년 1분기 1,490만 배럴, 2분기에는 490만 배럴까지 감소했습니다. LNG 통과량도 하루 10.5 Bcf에서 0.8 Bcf로 크게 줄었습니다. 8월 30일 미국이 이란 Larak 섬의 발사대를 다시 공격한 뒤 Brent는 다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U.S. EIA · Reuters, 2026-08-30)

 그리고 이 전쟁은 구리와도 흥미롭게 연결됩니다. IEA에 따르면 중동은 세계 황(sulphur) 공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세계 해상 황 거래의 약 절반이 호르무즈를 통과합니다. 황으로 만드는 황산은 비료뿐 아니라 구리·니켈 등 여러 광물의 가공에도 사용됩니다. 따라서 호르무즈 차질은 원유와 LNG 가격뿐 아니라 황산·비료·광물 가공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중동은 세계 알루미늄 생산의 약 8%를 담당하기 때문에 비철금속 전체로 보면 영향이 더 직접적입니다. (IEA — Middle East and Global Energy Markets)

6. 그런데 이란 전쟁이 구리 가격을 무조건 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이 이번 데이터를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전쟁은 한쪽에서는 에너지·운송·황산 비용을 올려 구리 공급비용을 높이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유가와 물가를 높이고 금리를 오래 높게 유지하게 만들며 제조업과 투자를 둔화시켜 구리 수요를 낮추는 힘으로도 작용합니다.

 실제로 ICSG는 4월 전망에서 중동 분쟁과 무역흐름 차질이 세계 경제와 구리 수요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2026년 정련구리 사용 증가율 전망을 기존 2.1%에서 1.6%로 낮췄습니다. 이것이 2026년 정련구리 전망이 적자에서 소폭 잉여로 뒤집힌 배경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란 전쟁이 ‘구리 공급을 끊어 가격을 올리는 사건’으로만 작동한 것이 아니라, 동시에 수요 전망도 낮춘 셈입니다.

 World Bank도 비슷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곡물과 에너지의 주요 수출국을 직접 건드렸지만, 2026년 중동 전쟁이 식량시장에 주는 영향은 지금까지 주로 에너지와 비료 비용을 통한 간접 경로였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전체 원자재 가격은 16%, 에너지는 24%, 비료는 31%, 금속·광물은 17%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즉 전쟁은 원자재마다 전혀 다른 크기와 경로로 작용합니다. (World Bank Commodity Markets Outlook 2026)

결론: 기사는 틀렸다기보다, ‘싸다’라는 단어가 착시를 만듭니다

 이번 데이터를 놓고 보면 처음의 모순은 꽤 잘 풀립니다. 원자재 가격 자체는 현재 낮지 않습니다. 광범위 지수도 역사적으로 높은 구간이고 구리는 특히 매우 비쌉니다. 그런데 미국 주식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원자재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왔기 때문에 원자재/미국주식의 상대비율은 역사적 바닥권에 남아 있습니다. 기사에서 말하는 ‘저렴함’은 바로 이 상대가격을 뜻합니다.

 구리 역시 “공급이 부족하다”와 “올해 정련구리는 소폭 남는다”가 동시에 가능했습니다. 정광은 부족하고 장기 신규 광산은 더 필요하지만, 올해는 스크랩 공급이 늘고 중동 전쟁 등으로 수요 전망이 낮아졌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기대가 재고를 미국으로 이동시키면서 세계 전체 재고와 특정 지역의 체감 부족도 서로 달라졌습니다.

 따라서 저는 지금을 단순히 “원자재가 50년 만에 싸니 사야 할 때”라고 해석하기보다,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의 상대가격이 극단적인 수준까지 벌어진 상태에서 2026년 들어 원자재가 실제로 따라붙기 시작했는지 확인해야 하는 구간으로 보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GSCI/S&P500 비율 하나보다 ① 원자재의 절대가격, ② 구리 TC/RC와 광산 공급, ③ 정련구리 실제 수급과 지역별 재고, ④ 중국 제조업 수요, ⑤ AI·전력망 투자, ⑥ 호르무즈의 실제 물동량과 에너지·황산 가격을 함께 보는 것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이 지표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 비로소 ‘새로운 원자재 슈퍼사이클’이라는 주장도 더 강한 근거를 갖게 될 것입니다.

참고한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