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앞두고 IRP 계좌를 만들라는 안내를 받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퇴직금을 지금 한꺼번에 받으면 안 될까? 연금으로 나누어 받으면 세금이 얼마나 줄어들까?” 궁금한 것은 복잡한 세법보다 내 통장에 실제로 얼마가 들어오느냐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려운 공식보다는 같은 회사에서 20년 동안 일한 두 사람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한 사람은 연봉 5,000만 원, 다른 사람은 연봉 1억 원입니다. 둘이 퇴직할 때 일시금과 연금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세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차례로 보겠습니다.

 먼저 기준을 분명히 하겠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 2026년 2월 발표한 2024년 임금근로일자리 통계에서 월평균 소득은 375만 원, 연 환산 약 4,500만 원이었습니다. 따라서 연봉 5,000만 원은 우리나라 전체 평균에 가까운 비교 사례이지, 정확한 평균 연봉은 아닙니다. 중위소득은 월 288만 원으로 평균보다 낮습니다. 국가데이터처 공식 발표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20년 일한 두 사람, 퇴직금부터 얼마일까요?

 먼저 연봉 5,000만 원인 A씨입니다. 매달 받는 임금이 약 417만 원이고, 20년을 근무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흔히 퇴직금은 “1년 일하면 한 달치 임금”이라고 설명하므로, 이 사례의 예상 퇴직급여는 약 8,333만 원입니다.

 연봉 1억 원인 B씨는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한 달치 임금이 약 833만 원이므로, 20년 근무 후 예상 퇴직급여는 약 1억 6,667만 원입니다.

 단, 여기서의 퇴직급여는 독자의 이해를 위한 간편 가정입니다. 실제 법정 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과 30일분 임금, 정확한 계속근로기간을 토대로 계산하며 상여금·연차수당·통상임금 적용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DC형 퇴직연금이라면 적립금의 운용 성과에 따라 수령액도 달라집니다. 고용노동부 퇴직금 계산 안내를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A씨가 8,333만 원을 한꺼번에 받으면 세금은?

 여기서 많은 분이 헷갈립니다. “연봉 5,000만 원이면 소득세 15% 구간이니까 퇴직금에도 15%를 떼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퇴직소득세는 평소 월급에서 떼는 근로소득세와 계산 방식이 다릅니다. 퇴직급여에서 근속연수에 따른 공제를 먼저 반영하고, 별도의 환산 계산을 거칩니다.

 A씨가 근속 20년, 퇴직급여 약 8,333만 원이며 비과세액 등 추가 변수가 없다고 가정해 국세청 공식 계산법을 적용하면 퇴직소득세(국세)는 약 72만 원입니다. 따라서 한꺼번에 받는 경우 세전 퇴직급여에서 이 국세만 뺀 돈은 약 8,261만 원입니다.

 그런데 A씨가 세법상 연금수령 요건을 지켜 IRP에서 10년 동안 같은 금액씩 나눠 받는다면, 10년 동안의 퇴직소득 관련 국세 합계는 약 50만 4,0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일시금보다 약 21만 6,000원 적습니다. 금액 차이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고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B씨가 1억 6,667만 원을 받으면 결과는 달라집니다

 이번에는 연봉 1억 원인 B씨입니다. 같은 20년 근속이지만 가정한 퇴직급여가 두 배입니다. 퇴직소득세에는 공제와 누진세율이 함께 반영되므로 세금 차이는 퇴직급여 차이와 같지 않습니다.

 국세청 계산 방식으로 B씨의 가상 퇴직소득세를 계산하면 국세 약 477만 5,000원입니다. 이를 일시금으로 받는 대신 10년간 요건에 맞춰 균등하게 연금으로 받는다면 퇴직소득 관련 국세 합계는 약 334만 2,500원입니다. 약 143만 2,500원의 차이가 납니다.

 같은 세금 경감 원칙이 적용되는데도 절약되는 금액이 다른 이유는 간단합니다. A씨와 B씨에게 적용되는 연금수령 연차별 비율은 같지만, 원래 계산된 퇴직소득세 금액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눈에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두 사람 모두 20년 근속, 퇴직 시점의 급여 수준을 평균임금으로 단순화했고, 퇴직급여가 전부 이연퇴직소득이며 투자수익·수수료가 없다고 가정한 사례입니다. 각 기간의 인출액은 연금수령 요건과 한도를 충족한다고 전제합니다.

받는 방법A씨
연봉 5,000만 원
B씨
연봉 1억 원
가상 퇴직급여약 8,333만 원약 1억 6,667만 원
한 번에 받기: 퇴직소득세약 72만 원약 477만 5,000원
10년 나눠 받기: 퇴직소득 관련 세금 합계약 50만 4,000원약 334만 2,500원
10년 연금 수령 시 세금 감소액약 21만 6,000원약 143만 2,500원

 이 표를 읽을 때는 세금 합계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연금으로 받는 금액 자체는 여러 해에 나뉘어 지급됩니다. 표의 차이를 당장 현금으로 받는 추가 수익처럼 보면 안 됩니다. 또한 지방소득세는 이 비교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렇다면 20년 이상 길게 나눠 받으면 더 줄어들까요?

 2026년 적용 세법에서는 이연퇴직소득을 법에서 정한 연금으로 받을 때, 실제 연금수령 연차에 따라 원래 퇴직소득세를 깎아 적용하는 비율이 달라집니다. 처음 10년 동안 인출한 금액에 대응하는 세금은 원래의 70%, 11~20년차에는 60%, 21년차 이후에는 50%입니다. 2026년 1월 1일 이후 연금수령분부터 적용되는 구조입니다. 국세청 연금계좌 세금 안내를 참고했습니다.

이연퇴직소득의 실제 연금수령 연차별 세금 적용 비율. 1~10년차 70%, 11~20년차 60%, 21년차 이후 50%
연봉이 아니라 실제 연금수령 연차로 구간이 나뉩니다. 그림의 70%·60%·50%는 퇴직금 원금에 부과되는 세율이 아니라 원래 계산된 퇴직소득세를 적용하는 비율입니다.

 예를 들어 A씨가 20년 동안 매년 같은 원금만큼 요건에 맞춰 인출한다면 전체 퇴직소득 관련 국세 합계는 약 46만 8,000원으로 계산됩니다. B씨는 약 310만 3,750원입니다. 10년 수령보다 세금은 조금 더 줄지만, 그만큼 매년 꺼낼 수 있는 금액은 작아집니다.

 21년차부터 원래 세금의 절반이라는 말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앞선 20년 동안 이미 인출한 돈의 세금까지 거슬러 올라가 절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21년차 이후에 실제로 연금으로 받는 이연퇴직소득에 해당 비율이 적용됩니다.

세금 외에 꼭 따져봐야 할 생활비

 퇴직 직후 주택 대출을 상환해야 하거나 큰 의료비가 필요하다면 일시금의 장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당장 큰돈이 필요하지 않고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면 연금 수령이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특히 연금 수령기간이 길어질수록 금융상품 운용 성과, 수수료, 물가상승, 중간 인출 가능 여부도 중요합니다. 앞에서 계산한 세금 차이는 현금흐름 전체의 유불리를 판단하는 숫자가 아닙니다. 세금을 아끼려고 생활에 필요한 돈까지 지나치게 늦게 받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IRP만 만들면 자동으로 세금을 아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퇴직급여를 IRP 계좌로 이전해 둔 것과 그 계좌에서 법정 요건에 맞춰 연금으로 인출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IRP를 곧바로 해지해 연금 외 방식으로 꺼내거나 연금수령한도를 초과해 인출하면 위 표의 연금수령 세금 계산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연금수령에는 55세 이후 개시 신청과 수령한도 등 요건이 있으며, 퇴직급여에서 넘어온 이연퇴직소득에는 일반 개인 납입금과 다른 가입기간 예외도 있습니다. 자세한 조건은 소득세법 시행령 제40조의2를 확인해야 합니다.

 IRP에 본인이 추가로 납입해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이나 운용수익이 들어 있다면, 그것은 퇴직급여 원금과 과세 방식이 다릅니다. 이번 계산은 오직 회사 퇴직급여에서 넘어온 이연퇴직소득만 비교했습니다. 계좌 전체에 무조건 같은 비율을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내 경우에는 무엇부터 확인하면 좋을까요?

복잡한 세금 계산기를 처음부터 펼치기보다, 회사와 IRP 금융회사에 세 가지를 먼저 물어보는 편이 좋습니다.

  1.  내 퇴직급여 예상액이 얼마인지: 근속기간과 퇴직 직전 평균임금 또는 DC형 적립금 기준으로 확인합니다.
  2. 일시금으로 받을 때 원래 퇴직소득세가 얼마인지: 퇴직소득 원천징수 내역이나 이연퇴직소득 정보를 요청합니다.
  3. 내 나이·계좌 기준으로 연금수령 가능액과 한도가 얼마인지: 10년 또는 20년 수령안의 실제 현금흐름과 수수료를 비교합니다.

이 세 가지를 확인하면 다른 사람의 연봉이 아니라 자신의 실제 퇴직급여와 세금을 놓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오늘 비교에서 기억할 핵심은 하나입니다. 연봉이 퇴직연금의 세금 할인 구간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내 퇴직소득세가 얼마인지와 연금을 몇 년에 걸쳐 받는지가 중요합니다. 연봉이 높은 사람은 원래 세금이 커서 금액 기준 절세 효과가 더 클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개별 근속·급여·계좌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다른 제도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국민연금 기금 181조 원 논란 팩트체크를 별도로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근거 자료와 계산 기준

이 글의 기준일은 2026년 10월 19일입니다. 국가통계는 2024년 관측치(2026년 2월 발표), 세법은 2026년 1월 1일 이후 연금수령분을 기준으로 설명했습니다.

가정 및 한계: 두 사람 모두 근속 20년, 퇴직 전 임금이 월평균임금과 같다고 단순화, 비과세 퇴직급여 없음, 퇴직급여 전액이 이연퇴직소득, 각 연금 수령액은 요건과 한도 충족, 매년 동일 원금을 인출, 운용수익·수수료·물가·법령 변경 없음으로 계산했습니다. 국세청 2023년 이후 근속연수공제와 환산급여공제 및 현재 과세표준 구간을 적용했고 세액은 국세만 표시했습니다. 실제 퇴직소득 원천징수액과 지방소득세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